양나은 자매 (서울대 물리교육 13학번)

 

 

* 이 글은 서울대 기독선교회 소식지인 <<진리는 나의 빛>> 2017 봄호 2면에 실린 것입니다. 저자인 양나은 자매님의 허락을 얻어 게재합니다. 

 

학부생활을정리하는 작고 현실적인 이야기

JOY 13학번 양나은

 

어느덧 4년간의 학부생활을 마무리하는 시간을 맞게 되었습니다. 저는 학부 전공 그대로 대학원을 진학하기로 했는데 사실 이 대학원이 저에게는 요나의 니느웨와도 같은 곳이었습니다. ‘왠지 결국 대학원 갈 것 같다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모든 상황과 마음이 정리되고나니 이제야 비로소 이해되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발견하고 있는 2017년의 시작입니다.소소하고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그것들을 조금 나누려 합니다.

 

1.     진로 이야기

작년 말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뽑을일이 있어서 그 기회에 눈에 보이는 것들을 조금 읽었는데, 희망 진로를 적는 칸에 제가 연구원을 적어놓았음을새삼 발견했습니다. 대학에 올 때 자기소개서도 계속 공부하고 연구하고싶은 마음을 담아서 썼고, 그래서 사실 3학년 초반까지는 대학원 진학에 대해 큰 고민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3학년 2학기부터 왠지 인턴을 해야 할 것 같고, 취업을 해야할 것 같은 조급한 마음이 들면서도망가고싶었던 것 같습니다.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싶어서, 내 힘으로 뭔가 이루고 빨리 무언가 되고 싶어서, 불확실한 미래에서 도망쳐 조금 더 확실성있는 미래를 만들고 싶어서등등이상한 마음이었습니다. 4학년엔교육실습을 다녀오면서 학생들과 함께하는 학교, 교직에 마음이 생겨더욱 열심히 대학원을 가지 않을 핑계를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서울대 공동체 안에서이런 저런 역할을 맡고 관계를 쌓아가면서들었던 생각이 있다면,학교가 이제 싫다는 것, 졸업하고도 공동체에 오래 남아 있으려니 민망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귀찮은 마음에 괜히 공부하기도 싫어서 저는 열심히 다른 진로를 찾아 헤맸지만, 그 모든 동기에 하나님은 없고, 심지어 제 기쁨도 없었습니다.그런 상태로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그냥 던져둔 결과저는대학원에 가게 되어있었습니다(급전개). 그렇게 결국 캠퍼스에, 공동체에 가장 가까이남아서 제 안에 소명이라는 이름으로 하나님께서선물해주신 교육을, 물리를 계속 공부하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하루하루 의지하면서 살아가야하는, 방황하는 대학원생의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2.     경제적인 이야기

대학원 진학에 앞서 들었던 고민 하나는학비였습니다. 어쩌면 사회에 나가서 경제활동을 해야할 단계인 것 같은 제가오히려 학비를 내고 학생 신분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조금 부담이었습니다. 그런데 등록금 납부일이 임박했을 무렵에 교회를 통해서 석사 장학금을 지원받을 기회가 생겼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장학금을 받지는않았지만, 하나님께서 어떻게 채우시는가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하나님께서 절대 저를 굶기시지 않을 것에 대해서는확신이 있기때문에보통 경제적인 문제로 깊게 고민하지않지만, 청년부 목사님의 전화를 받았던 그 순간의 놀라움은 (타이밍도 마침 등록금 고지서를 막 인쇄해서 확인하고있던 중에) 꼭 나누고 싶은 간증이었습니다. 공동체에 선배로서 있다보면 경제적인 이유로 마음이 어려운 순간이 있는 것 같습니다. 후배들과 식사 한 번 할 때, 몇 명 만나진 못했지만 대표들을 섬기는 마음으로 밥을 살 때, 헌금이라는 생각에사용하는 돈이 사실 큰 비용이아닌데도 어느 순간 감당하기 어려워질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이유로 마음이 어려운때가 오면,꼭 그런 타이밍에 과사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저희과에는 학기 중간에 갑자기 받는,여학생을 위한(것으로 추정되는) 이공계 장학금이 있습니다.왜 학기 중간에 받는지는모르겠지만..하나님은 제가 성적이 애매해서 전액면제를 받지 못하는 학기엔 꼭 그렇게나머지 금액을 채워주셨습니다.굳이 기다리셨다가, 하나님이 주셨다는 것을 바로 깨달을 수 있는 때에 그렇게 넘치도록 채워주셨습니다. 그러면 저는더 힘내서 밥약을 잡고,이런소비생활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것은 돈을 주신것 자체에 감사하는 간증이 아닙니다. 눈에 보이도록채워주셨던 것에 대해서 분명 정말 감사하지만, 아마 그렇게 주지 않으시더라도 하나님의 방식으로 제게 말씀하신 것들이 있었을것이고, 직접적으로 채워지지 않아 눈치채지 못하고지나간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나라를 위해 무언가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끊임없이 그 길이 맞는지 확인해야 했던 저에게는 이런 채움들 하나하나가 힘을 내어 계속 그 방향따라 갈 수 있는 근거였다는 것에 대한 나눔이자, 제힘으로 살아낸 4년이 아닌 하나님의 공급하심으로 하루살이처럼 살아낸 대학생활이었다는 것에 대한 간증입니다. 부디 제가 경제적인 이야기를 해서진나빛 독자님의 마음어려워지지 않으시길 바라요!

 

3.     가르치는 소명에 대한 이야기

그런데대학원을 진학했을 때 제 마음에 남는 아쉬움이 하나 있었다면, 그것은 존재만으로도 빛인청소년들 앞에 설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가르치는 일의 형태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교생의 좋은 기억때문인지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이런 저에게 이번에도 하나님은, 제가 받은 그 마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셔야 했는데(?), 지도교수님께서 저에게 조교를 몇 개 맡기시면서 그것이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가는 연구실은 그 안에도 여러 갈래가 있지만, 그 중 하나로 영재교육을 공부하고 서울대영재원 물리분과와 물리올림피아드를 맡고있습니다. 이제 저는 영재원과 올림피아드 조교를 하게 되는데,이 연락을 받으며 쉽게 하나님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하나님은 이번에도제 기쁨을 아시고 아이들 앞에 서는 것을 대학원생으로서도 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사실 저는 아이들과의 상호작용이좋았지만 수업하는 것 자체에는 별로 소질이 없는 것 같았기 때문에 조교를 하는게 더 기뻤습니다. 그런데 심지어우연하고 갑작스러운 기회로 1학기에모교에서 시간강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수업을 해야한다는 걱정이 있긴 하지만, 모교 역시 제가 신앙생활을했던, 3년의 시간을 어쨌든 함께했던 소중한 공동체이기 때문에 이곳으로 돌아가서 후배들을 학생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겐 감사이고 기쁨이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가르치는 일에 대한 마음이 짧은 흥미나 지나가는 감정이 아니라 앞으로도 제가 기억하고 따라가야 할 중요한 마음이라는 것도 생각해야 했습니다.

 

진나빛에서 캠퍼스를 떠나며라는 주제로 글을 요청했을 때는 아마 연합에 관한 저의 이야기를 생각하셨을것 같지만, 그냥 이런 작은 간증을 해보고싶었습니다. 이렇게 적어놓은 것 외에도 공동체와 사람에 대한 이야기, 감정과 신앙에 대한 이야기, 하나님께서 4년의 시간동안 제 삶가운데 정교하게 개입하신 우연이 아닌 일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들은 저뿐 아니라 제가 사랑하는(?)우리 공동체원들의 삶모든 곳에 있겠죠! 현실을 외면하고회피하려 했을 때는 인정하지 못했지만 결국은제 시간이 하나님의 일하심 안에서 흘러가고 있었음을 고백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학부를 졸업하지만 캠퍼스는 아직 떠나지 않기 때문에, 이곳에서 우리의 삶을 통해 하나님이 일하시는 것들을 여러분과 함께 계속 보고 싶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