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담뱃값 인상에 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한다. 보건학 교수로 일생 동안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 향상을 위한 제도 확충에 종사해온 사람으로서, 지난 6년간 UN 산하 국제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 사무처 수장(首長)으로 근무해온 사람으로서 이 소식을 반갑게 듣고 있다. 이번 논의를 통해 한국 사회가 흡연이 얼마나 해로운지를 한층 깊게 인식하고 담배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담배가 건강을 해치는 가장 심각한 요인의 하나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 수십년간의 대규모 장기 추적 연구의 결과들이 알려지면서 담배가 미치는 치명적인 건강 위해 요인이 더욱 확실하게 밝혀지고 있다. 담배가 이토록 해롭다는 것을 일찍이 알았더라면 인류는 결코 판매를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WHO의 공식 추정치에 따르면 담배는 매년 약 540만명의 흡연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있다.

 

이러한 흡연의 위험성은 한국이 속해 있는 서태평양 지역에서 더욱 심각하다. 세계 인구의 25%가 살고 있는 이 지역이 전 세계 흡연 인구의 40%나 차지하고 있다. 성인 남성 두 명 중 한 명이 담배를 피우고 총 흡연 인구가 1000만명에 육박하고 있는 한국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한국의 담배 가격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한 갑당 약 2500원에 불과해 34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한국의 경제력을 고려한다면 국제사회에서 부끄러울 정도이다. WHO 서태평양 지역 국가들도 담배 가격이 호주 16000, 싱가포르 11000원 등으로 한국보다 높고 담배 규제를 위한 노력에 앞장서고 있다. 심지어 바누아투·통가·사모아 등 작은 섬나라 개발도상국들도 6000원에서 12000원 수준이다.

 

이번 기회에 흡연자들이 금연의 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 담뱃값은 대폭 인상되어야 한다. 최근 WHO는 전 세계적으로 담뱃세()50% 올릴 경우 약 5000만명이 담배를 끊게 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1100만명의 생명을 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담뱃세를 올리는 것이 흡연을 줄이고 생명을 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은 WHO의 공식 입장이다. 한국을 포함한 179개국이 가입한 WHO 담배규제협약도 담배 가격 인상 정책이 특히 청소년들의 흡연 예방에 가장 강력한 방법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담뱃값 인상만이 아니라 비가격 규제 정책도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선 청소년이 많이 이용하는 편의점마다 각종 담배가 현란하게 진열되어 있는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담배의 해로움에 대한 경고 그림을 담뱃갑 겉면에 제시하는 것도 의무화해야 한다. 실내·외의 모든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입법조치도 이루어져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은 대한민국 국회가 2005WHO 담배규제협약을 비준하고 정식 가입함으로써 한국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사항들이다.

 

일부에서는 담뱃값 인상의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서민의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 그러나 담배가 기호품이라는 인식은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 담배가 건강을 해치는 독극물이라는 인식이 세계적으로 보편화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담배 가격 인상은 오히려 서민의 건강 보호를 위해 꼭 이루어져야 할 조치이다. OECD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담배 가격을 높게 책정하고 있는지, 왜 한국이 OECD 국가 중에서 유독 담배 가격이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지에 대해 우리 사회가 깊이 생각해볼 때이다.

(2014.9.24. 조선일보 사외칼럼 게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