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R&D 투자 확대로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 추구해야


- 박성현 ('64 화공,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부원장, 서울대학교 통계학과 명예교수)


과학기술은 세계적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을 위한 핵심 동력으로 부각되고 있으며, 이러한 과학기술 경쟁력은 R&D 투자에 의해 좌우된다. 지난 10년간의 정부 R&D 투자규모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을 살펴보면 다음 표와 그림과 같다.


-------------------------------------------------------------------------------------------------------

연도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1인당 GNI

(단위: 천불)

12.1

13.5

15.1

17.5

19.7

21.6

19.2

17.0

20.6

22.5

-

정부R&D 투자금액

(단위: 조원)

6.1

6.5

7.1

7.8

8.9

9.8

11.1

12.3

13.7

14.9

16.0

-------------------------------------------------------------------------------------------------------


정부 R&D 투자금액을 살펴보면 2002년에 6조 1천억 원에서 2012년에 16조원으로 지난 10년간 매년 10% 정도의 투자가 확대되어,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기폭제가 되어 왔다. 그러나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이하 국과위) 발표에 의하면 내년도 정부 R&D 예산규모가 3.4% 늘어난 16조 6,0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한다. 이는 물가 상승률과 비슷한 수준으로 정부 R&D 투자 확대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내년도 국가의 전체 예산 증가율이 5%대인 점을 감안하면, 정부 R&D 예산규모는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것이다. 민간부분의 R&D 투자도 경기전망 불투명 등으로 투자 확대가 의심스러운 형편이다.


1인당 국민총소득을 보면 2007년까지 가파르게 증가하다가 2007년 이후로는 2만불선에서 후퇴하거나 답보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2만불의 굴레에서 벗어나 3, 4만불선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정부 R&D 투자규모는 연 10% 정도의 계속적인 증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정책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필요조건이 될 것이다. 그러나 최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표를 의식한 복지 약속이 봇물을 이루고 있으며, 성장보다는 분배 위주의 정부정책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전망되어 국가성장전략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작년도 우리나라의 정부 R&D 예산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1.0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미국(1.18%), 필란드(1.10%) 등에 이어 세계 5위 수준으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그러나 미국, 독일, 일본 등의 과학기술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아직도 선진국보다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국과위에서 발표한 “2010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조사⋅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정부의 R&D 예산중에서 기초연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에 28.8%(개발연구 49.0%, 응용연구 22.1%)로 선진국의 40∼50% 수준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며, 창조적 과학기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하여는 반드시 기초연구에 대한 정부지원 비중이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져야 한다. 오늘날의 지식기반 사회에서 기초연구가 원천기술 개발과 고부가가치 산업 창출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부 R&D예산 중 기초연구에 더욱 과감히 투자하여야 할 것이다.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개발연구 투자는 주로 지식경제부의 R&D 예산에서 대기업 R&D 지원 금액으로 집행되고 있는데, 대기업은 스스로 R&D에 투자할 능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대기업 지원 몫은 줄이고, 이를 기초연구나 응용연구 부문으로 돌려야 할 것이다.


기초⋅원천기술에 대한 정부 투자는 주로 한국연구재단(이하 재단)을 통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시행한다. 올해 재단의 연구비는 약 3조 2천억원 규모이며, 이 중 개인연구지원사업의 기초연구비는 8천억 규모이다. 지난 10년간 이 기초연구비도 계속 증가되어 왔으나 내년도에는 증가여부가 불투명하다. 이공계 연구자들에 대한 기초연구비 지원비율은 30% 수준으로 아직도 10명 중 7명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기초연구비도 증액하여 좀 더 많은 연구자가 지원을 받아 연구에 차질이 없도록 하야야 할 것이다. 특히 신진연구자들에 대한 기초연구비 지원은 매우 중요하다. 젊은 나이에 과학자로 시작하여 하고 싶은 연구를 연구비 부족으로 하지 못한다면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정부의 연구비 투자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연구비를 연구장비 및 시설 등 기초연구 인프라 구축에 사용하면, 연구장비 및 시설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살아날 것이며, 대학 및 연구소에서 연구과제 지원금으로 연구인력이 고용되면 새로운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다. 또한 연구결과로 새로운 벤처기업이 태어나면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6⋅25전쟁을 겪으면서 극심한 혼란과 빈곤에 허덕이던 60∼70년대에 박정희 대통령의 과학중흥정책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설립, 대덕연구단지 설립, 공업단지 조성 등으로 발전의 계기를 마련한 바 있다. 1970년에 국민 1인당 GDP가 단지 255불에 지나지 않았으나 가파른 성장을 거듭하여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결과 2007년에는 2만 불이 넘는 21,632불을 달성하였다. 그러나 그 후 2만 불 근처에서 맴돌면서 확실한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 채 소위 ‘선진국 문턱의 덫’에 갇혀 있다. 이 덫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추격형’ 과학기술 패러다임에서 ‘창조형’ 과학기술 패러다임으로 빨리 전환하여야 하고, 종래에 개발연구 중심의 정부 R&D 투자전략도 창조적 기초연구 중심의 전략으로 변환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 기초연구, 특히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는 가장 확실한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한 길이다. 우리 후손이 좀 더 풍요롭게 살고, 세계에서 좀 더 영향력 있는 국가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정부 R&D 예산은 계속 증가하여야 하며, 특히 기초연구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