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대신 철학을 가르치는 설교

- 김영준 목사 (기쁜소식교회)
당대 최고의 설교가라는 칭송을 받았던 어떤 목사님의 설교를 7년 이상 들은 저의 소감은 이렇습니다. 그 분은 성경에 대해 매우 박식하며 강해설교와 주제설교를 둘 다 잘 할 줄 압니다. 그분의 강해설교 내용은 대체로 본문에 충실하다고 보면 됩니다. 문제는 그분의 주제설교입니다. 현란한 수사학과 영리한 예화, 그리고 타고난 언변을 최대한 동원하여 강남의 지식인들을 매료시키는데 성공을 했고, 특별히 기존의 무턱대로 믿는 "무식한" 신앙에 신물이 난 교인들을 흡수했습니다. 사실 80, 90년대 대한민국에는 무식하게 믿기만 하면 다 된다는 식의 신앙을 가르치는 곳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 목사님은 기적을 행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상실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님이 병을 고치신다 거나 능력을 행하시다는 것을 믿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을 좋으신 하나님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고난을 주시는 하나님, 아픔을 통하여 인간을 깨우치게 하신다는 칼뱅주의 사상이 매우 강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성도들에게 믿음을 가르치기 보다는 철학을 가르쳤습니다. 믿고 기도하면 하나님이 주신다는 가르침 대신에 왜 하나님은 응답하시지 않으며 구하는 것을 주시지 않으며 병을 고쳐주시지 않는가 하는 것을 가르쳤습니다. 이러한 설교는 기도가 왜 응답되지 않는가를 고민하는 성도들에게 크게 어필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믿음 대신 철학을 가르침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순전한 믿음을 손상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분의 사상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어록은 "울어도 못하네"라는 가사를 인용해서 "믿어도 못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강단에서 믿음을 가르치지 않고 철학을 가르치며 순전한 믿음을 조롱하는 설교자들은 많습니다. 그들이 어떻게 하여 그런 신학을 갖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현실과 타협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기도하면 하나님이 주신다는 설교보다는 기도를 했는데도 왜 안 주시느냐 하는 것을 설교하는 게 더 쉽습니다. 책임을 안 져도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단순한 성경말씀 보다는 현란하고 그럴듯한 이론을 동원해야 된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그들이 제일 선호하는 문구는 라인홀드 니버의 기도문입니다.
 
사실 하나님 아버지의 입장과 예수 그리스도의 입장은 다르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입장을 숨기고 인간의 괴로운 현실에 대해 침묵하기를 좋아하시는 듯합니다. 그러나 당신의 아들이 이 땅에 오셔서 많은 약속을 선포했습니다. 그하고 받은 줄로 믿으면 이룬다느니, 구하면 주신다느니, 두려워 말고 믿기만 하라느니. 하나님은 선하시다 느니, 나를 본 자는 아버지를 보았다느니. 아마 하나님 아버지께 당신의 아들 예수님의 약속이 부담스러울지도 모릅니다. 예수님은 인간이 적극적으로 믿도록 유도하신 것뿐만이 아니고 하나님 아버지도 적극적으로 인간의 삶에 개입하도록 유도하셨습니다. 하나님이 더 이상 배후에 숨어 있지 못하도록 하셨습니다.
 
장차 세상에서 하나님이 하실 수 있는 일이 늘어날지 줄어들지는 관전 포인트입니다. 하나님이 하실 일이 많아져서 하나님의 영광을 보게 될지, 아니면 세상이 하도 복잡해져서 하나님이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우리는 흔히 종말을 말하길 좋아하지만 유념할 것은 현 상태에서 끝내는 것은 아무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현 상태에서 종말이 온다면 그게 아무 유익도 아니며 아무런 의미도 없으며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지도 못합니다. 하나님은 지속할 수도 끝낼 수도 없는 입장에 계신지도 모릅니다.